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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일본에서 가장 신기한 온천 마을, 오구니마치 증기 마을 가는 길

by soso story 2025. 11. 27.

1. 시작하며

일본 규슈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온천 마을’은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되죠. 그런데 이번에 다녀온 오구니마치 증기 마을은 조금 달랐어요. 마을 전체가 마치 찜통 안에 들어온 것처럼 유황 증기로 가득했고, 사람들이 그 증기로 밥을 찌고, 밤을 삶고, 난방을 하는 아주 독특한 곳이었어요.

차 한 대 없이, 새벽부터 걸어서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 본 그 하루는 정말 특별했어요. 오늘은 제가 걸어서 만난 오구니마치 증기 마을의 풍경과 ‘手打そば優心(테우치소바 유신)’에서 먹었던 소바 이야기를 함께 나눠볼게요.

 

2. 증기로 덮인 마을, 오구니마치 첫인상

(1) 어디에 있는 마을일까?

오구니마치는 일본 구마모토현 아소 지역 북부, 아소산 근처의 작은 마을이에요. 차로는 후쿠오카에서 약 두 시간 거리지만, 저는 일부러 차 없이 걸어서 올라가 봤어요. 버스가 없어 지금은 거의 폐마을처럼 조용한 곳이거든요.

걸어가는 동안 마주한 건 인적 없는 집들과 오래된 버스정류장, 그리고 고양이 몇 마리뿐.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을로 다가갈수록 공기에서 유황 냄새가 점점 짙어졌어요.

(2) 걸어서 만난 산간 마을의 풍경

산길을 따라 해발 700m 정도 오르니 마치 구름 속에 들어온 듯한 풍경이 펼쳐졌어요. 길가에는 밤이 떨어져 있었고, 중간중간 버려진 집들과 핑크색 천이 감긴 나무들이 서 있었죠. 일본 농촌의 고령화로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모습이 조금 쓸쓸했지만, 그 덕분에 더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느낄 수 있었어요.

 

3. 마을 전체가 찜통, 생활 속에서 증기를 사용하는 사람들

(1) 마을 입구부터 피어오르는 하얀 증기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하천과 지붕 사이사이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증기였어요. 그야말로 ‘마을이 끓고 있다’는 말이 실감 나더라고요. 온천수가 땅 밑에서 올라오면서 곳곳에 작은 증기구멍(지옥)이 생겨 있는데, 그 위에 찜기(스팀 박스)를 설치해 누구나 음식을 쪄 먹을 수 있도록 해 두었어요.

(2) 증기로 하는 요리와 생활

마을 곳곳에는 이런 찜기가 있어서 주민들이 직접 감자나 계란, 밤 등을 쪄서 먹는다고 해요. 저도 산에서 주운 밤 세 알을 넣어봤는데, 잠깐 사이에 말랑하게 익어버릴 정도로 뜨거웠어요.

📝 증기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생활 방식

  • 찜기: 마을 공동 사용, 무료로 개방
  • 온천수: 가정 난방 및 온수로 활용
  • 유황 증기: 천연 살균 효과로 식기나 도구 세척에도 이용
  • 식당: 대부분 ‘찜 요리’ 중심 메뉴 운영

실제로 일부 여관에서는 전기나 가스 대신 자연 증기를 이용한 난방을 사용한다고 해요. 이렇게 자연 에너지를 생활에 녹여내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어요.

(3) 사람은 줄었지만 온천은 살아있는 마을

마을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사람이 사는 집은 드물었어요. 벽이 부식된 건물, 거미줄이 엉켜 있는 카페, 그리고 문 닫힌 식당들이 많았죠. 하지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온천수는 끓고 있고, 증기는 계속 올라오고 있었어요. 마치 사람 대신 자연이 숨 쉬고 있는 마을 같았어요.

 

4. 여행 중 만난 작은 소바집 ‘手打そば優心’ 이야기

(1) 여행의 마지막, 따뜻한 한 끼

마을을 내려와 다시 오구니 시내로 돌아왔을 때, 숙소 사장님이 알려주신 소바집이 있었어요. 이곳이 바로 ‘手打そば優心(테우치소바 유신)’이에요.

주소는 📍1635-5 Miyahara, Oguni, Aso District, Kumamoto 869-2501

이 집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100% 유기농 메밀로 반죽을 해서 손으로 직접 면을 뽑는다고 해요. 가게는 크지 않았지만, 정갈한 분위기와 은은한 나무 냄새가 참 좋았어요.

(2) 먹어본 메뉴는?

제가 주문한 건 자루소바와 텐동 세트였어요. 튀김은 바삭하다기보다 소스에 촉촉하게 젖은 야채 본연의 단맛이 났고, 소바는 정말 향이 진했어요.

📝 ‘手打そば優心’ 소바 맛 포인트

  • 메밀 향이 강하고, 쓴맛이 전혀 없음
  • 국물은 짜지 않고 감칠맛이 깔끔
  • 튀김옷이 얇아 야채 맛이 잘 살아있음
  • 마지막에 ‘소바유(면 삶은 물)’를 넣어 국물까지 마실 수 있음

면을 다 먹은 뒤, 남은 국물에 면수를 부어 마시는 일본식 마무리를 해봤는데, 따뜻한 국물이 속을 편하게 풀어주더라고요.

(3) 조용한 마을 속 한 그릇의 여유

이 소바집을 나오면서, ‘이런 조용한 마을에 산다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은 없지만, 하루 종일 증기 오르는 풍경 속에서 따뜻한 한 끼를 먹고, 산책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삶. 복잡한 도시의 속도에 지쳤던 제게는 그저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5. 마치며

오구니마치 증기 마을은 관광지라기보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곳이었어요. 지금은 인구가 줄고 문 닫은 가게도 많지만, 여전히 마을 곳곳에서 자연의 에너지가 살아 움직이는 곳이죠.

직접 걸어가며 본 풍경, 증기로 익힌 밤의 맛, 그리고 마지막에 먹은 따뜻한 소바 한 그릇까지. 이 모든 게 ‘일본 여행의 진짜 기억’으로 남았어요.

만약 규슈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렌트카로 하루쯤 오구니마치를 둘러보는 일정을 꼭 추천드리고 싶어요. 유황 냄새가 진하긴 하지만, 그 안에는 사람의 손으로 만든 온기가 남아 있답니다.

 

 

 

 

#오구니마치증기마을 #규슈온천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