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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울진 덕구원천 원탕, 4km 산길 끝에 만난 진짜 자연 온천

by soso story 2026. 1. 23.

울진을 겨울에 다시 찾은 건 단순한 향수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름에 봤던 축산항의 푸른 물결이 눈 덮인 풍경 속에서는 또 다른 표정을 보여줄 것 같았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그 안에 묘하게 기대가 섞여 있었다. 여행의 시작은 늘 그렇듯 한 끼 식사로 열었다. 항구 근처 40년 된 중국집에 들어서자 손님들이 빼곡했고, 주문부터 계산까지 셀프로 진행되는 단출한 구조였다. 짬뽕면의 붉은 국물과 탕수육의 담백한 고기 맛이 겨울 바다 냄새와 함께 묘하게 어울렸다.

 

비빔짬뽕의 매운맛이 입안에 오래 남았다. 국물이 매웠지만, 맵기보다 시원함이 앞섰다. 이런 곳이 오래 남는 이유는 화려한 맛보다 꾸밈없는 손맛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오늘의 목적지로 향했다. 울진의 덕구원천, 그중에서도 ‘원탕’이라 불리는 곳.

 

산속에서 땅이 끓는다니, 직접 보기 전엔 믿기 힘들었다

축산항에서 차로 약 25분 정도 달려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부터 온천까지는 도보로 약 4km. 눈이 살짝 덮인 길이지만 경사는 완만해 부담이 없었다. 걷기 시작하자 계곡물이 얼어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손끝이 시릴 정도의 추위 속에서도 공기가 유난히 맑았다.

 

길 옆으로 길게 뻗은 파이프가 보였다. 온천수를 보내는 송수관이라고 했다. 신기한 마음에 손을 대보니 의외로 미지근했다. 대부분의 온천이 인공적으로 온도를 맞추는데, 이곳은 땅속에서 바로 솟아오른 물을 데우지도 식히지도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자연 용출 온천’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걷는 동안 만난 효자샘, 그리고 원탕의 첫 김

산길 중간쯤 ‘효자샘’이라는 약수터가 있었다. 이름의 유래가 재미있었다. 병든 어머니를 위해 물을 길어다 드렸다는 전설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물맛은 맑고 약간 단맛이 돌았다. 그렇게 잠시 목을 축이고 다시 걸음을 옮기자 저 멀리 하얗게 피어오르는 김이 보였다. 그게 바로 ‘원탕’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얼음 사이로 뜨거운 물이 솟아오르며 흙을 밀어내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 장면은 마치 산이 숨을 쉬는 것 같았다. 실제로 온천수는 24시간 끊임없이 솟아나고,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손을 담그니 물살이 부드럽고 미끌거렸다. 화학 성분이 아니라 자연 미네랄 때문이라고 했다.

 

발만 담가도 피로가 스르르 풀리던 조욕장

원탕에서 조금 위쪽으로 올라가면 작은 조욕장이 나온다. 김이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그곳에 발을 담그자, 차가웠던 손끝까지 따뜻한 기운이 번졌다. 물속은 40도 안팎이라 오래 있어도 부담이 없었다. 뜨거운 물과 차가운 공기가 부딪히는 순간마다 흰 김이 피어올랐다.

 

그곳에서 마신 커피 한 잔은 다른 곳에서의 커피와는 완전히 달랐다. 산속의 고요함과 물소리, 그리고 따뜻한 물의 감촉이 어우러져 몸이 완전히 풀리는 기분이었다. 사진으로만 봤던 그 장면을 눈앞에서 보니 왜 사람들이 ‘공짜 온천’이라 부르면서도 굳이 찾아오는지 알 것 같았다.

 

숙소는 바다 바로 앞, 파도 소리에 잠들다

하산길은 오를 때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졌다. 왕복 7km, 약 3시간 정도 걸렸다. 숙소는 후포항 근처의 바닷가 펜션으로 잡았다. 방에 들어서자 창문 너머로 바로 바다가 보였다. 밤이라 바다는 어두웠지만 파도 소리는 확실히 느껴졌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이중창이 아니라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가 다 들어왔다는 것. 그래도 그런 자연의 소리가 싫지만은 않았다.

 

방 안에는 작은 싱크대와 깔끔한 욕실이 있었다. 이날은 성수기라 그런지 가격이 조금 높았지만, 다른 곳이 모두 예약이 끝난 상황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오히려 그 덕에 파도 소리와 함께 잠드는 특별한 경험을 얻었다.

 

바다 앞 아침, 그리고 등기산 스카이워크로

다음 날 아침, 커튼을 걷자 전날 보지 못했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방 앞 바다가 거짓말처럼 반짝였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그 위로 스며드는 햇살이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숙소를 나와 후포항 수산시장 근처로 걸었다. 울릉도행 여객선이 정박해 있었고, 멀리 등대가 보였다.

 

그 길 끝에는 등기산 스카이워크가 있었다. 입구에서 더신을 신고 강화유리 위를 걷는 구조였다. 발아래로 넘실거리는 파도가 그대로 보이자 다리가 살짝 떨릴 정도로 아찔했다. 바다 위를 걷는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유리 사이로 보이는 푸른 물결은 사진보다 훨씬 깊고 선명했다.

 

울진의 겨울은 차가운데, 그 안엔 따뜻함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 울진 대게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했다. 도로 옆으로 펼쳐지는 해안선이 한없이 이어졌고, 겨울 햇살은 유리창을 통해 부드럽게 들어왔다. 하루 전 산속에서 맞았던 뜨거운 김과 오늘 아침의 바닷바람이 묘하게 겹쳤다.

 

정리하자면 이번 여행은 두 가지가 인상 깊었다.

  • 땅속에서 끊임없이 솟는 덕구원천의 원탕, 인공 손길이 전혀 없는 진짜 자연 온천이었다.
  • 그리고 파도 소리에 잠들고, 아침 햇살에 눈뜨는 바닷가 숙소의 고요함. 비록 방음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소리마저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울진은 흔히 대게로만 기억되지만, 그 안엔 산과 바다, 그리고 온천이 모두 공존한다. 덕구원천 원탕처럼 꾸밈없는 자연의 힘을 직접 마주한 하루였다.

 

결국엔 이 한마디로 정리된다.
춥고 거칠었던 겨울 산길 끝에, 가장 따뜻한 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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