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이었지만, 묵을 호텔 방 안은 의외로 아늑했다. 카페테이블 하나, 옷장, 그리고 생각보다 넓은 욕실까지. 깔끔하고 조용해서 이동으로 쌓인 피로가 조금은 풀렸다. 숙소 이름은 ‘리우호텔’, 38,000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만큼 상태가 괜찮았다. 쿠폰을 적용하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저렴했다. 금연 객실 관리도 잘 되어 있었고, TV와 침대도 새것처럼 깨끗했다.
저녁은 미리 찾아봤던 ‘오리날개 튀김’. 목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라고 해서 일부러 포장해 왔다. 홀은 따로 없고 포장만 가능하다고 했다. 막걸리 한 병과 함께 먹었는데, 식감이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했다. 치킨보다 더 감칠맛이 돌았다. ‘목포에 오면 이건 꼭 먹어야겠구나’ 싶었다.
아침은 커피 한 잔으로 충분했다
다음 날 아침은 1층 스낵바에서 간단하게 해결했다. 원래 국밥을 먹을까 했지만, 커피 향이 너무 좋아서 빵 한 조각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목포의 겨울 햇살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전날 밤엔 안개가 짙게 끼었는데, 아침엔 공기가 맑았다.
호텔을 나서며 주변을 살펴보니 고하도 해상 케이블카 주차장이 멀지 않았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 바로 ‘고하도 해상트레킹’이었으니,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그쪽으로 향했다.
고하도 전망대까지 이어진 해상트레킹 길
케이블카 옆으로 고하도 전망대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초입부터 탁 트인 바다 조망이 펼쳐졌다. 파도 소리가 귓가에 가까워질수록 바람도 세졌다. 전망대는 파옥선 13척이 쌓여 있는 형상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실제로 보니 정말 배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듯한 모양이었다.
전망대에서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대한동굴 방향으로 이어지는 트레킹 구간이 나온다. 전체 길이는 약 4.2km 정도로, 천천히 걸으면 2시간 남짓 걸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지만 중간중간 쉼터가 있어 부담은 크지 않다. 이 코스는 목포대교와 바다, 그리고 케이블카가 한눈에 들어오는 구간이라 ‘바다 위를 걷는 길’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아직 공사 중인 구간도 있었지만, 잔도처럼 만든 데크길이 완성되면 더 인기가 많아질 것 같다. 이미 현재 상태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사진으로 담으면 그림처럼 나온다.
케이블카로 본 바다의 스케일
트레킹을 마치고 다시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돌아왔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붐볐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고하도와 유달산, 목포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세게 불 때마다 흔들리긴 했지만, 오히려 그 스릴이 재미있었다.
북항 전망대까지는 중간에 한 번 내려야 했다. 잠시 내려서 주변을 둘러보니, 목포항과 유달산이 동시에 시야에 들어왔다. 아래로 내려다보는 바다는 새파랗고, 그 위로 배들이 점처럼 떠 있었다. 케이블카 한 칸을 가득 채운 햇살이 따뜻해서 겨울인 걸 잊을 정도였다.
유달산에 오르다
유달산 승강장에서 내려 데크길로 걸음을 옮겼다. 길이 완만해서 산책하듯 오를 수 있었다. 오르다 보면 마당바위, 1등바위, 2등바위가 차례로 나온다. 이름은 조금 재미있지만, 오르막은 제법 가팔랐다. 정상을 향하는 마지막 계단에서는 다리가 후들거릴 만큼 힘이 들었지만, 정상에서 본 풍경은 그 모든 걸 보상해줬다.
해발 228m의 유달산 정상에서 바라본 목포는 바다와 도시가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케이블카가 멀리 아래로 지나가고, 그 뒤로 고하도가 이어진다. 이 순간만큼은 사진보다 눈으로 담는 게 더 진했다.
목포스카이워크, 그리고 잠깐의 아쉬움
하산 후에는 유달산 유원지 쪽에 있는 오포스카이워크로 향했다. 입장은 무료였지만, 이미 케이블카와 트레킹에서 비슷한 풍경을 많이 봐서인지 큰 감동은 없었다. 대신 젊은 여행객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 장소라 그런지 활기가 느껴졌다. 짧게 들러서 사진 한 장 남기고 이동했다.
목포 근대역사관, 그 안의 시간
다음으로 들른 곳은 목포 근대역사관 제2관이었다. 이곳은 예전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로,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영사관으로도 쓰였다. 지금은 평화의 소녀상이 그 앞을 지키고 있다. 건물 안에 들어서면 당시의 공기와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어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지하에는 피난용 대피소가 있다. 실제 바위를 파서 만든 공간이라 벽면이 거칠고 눅눅했다. 벽에 새겨진 ‘고향에 가고 싶다’는 문구가 오래된 슬픔처럼 남아 있었다. 잠시 말을 잃게 만드는 장소였다.
마지막 한 끼, 말린 우럭탕의 여운
역사관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이날 여행의 마지막 식사를 했다. 우럭을 살짝 말려서 끓인 탕이 대표 메뉴였다. 국물이 시원했고, 감칠맛이 진했다. 생우럭의 부드러움과 말린 우럭의 깊은 맛이 동시에 느껴졌다. 뜨거운 국물 한 숟가락에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렸다.
자리마다 손님이 가득했고, 대기표를 들고 서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왜 유명한지 알겠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목포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딱 좋은 한 끼였다.
돌아보며 남은 한마디
이번 여행은 거창하지 않았지만, 하루 안에 목포의 바다와 산, 역사와 음식까지 모두 담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본 바다의 크기, 유달산 정상의 바람, 근대역사관의 공기까지.
결국엔 이 한마디로 정리된다.
“목포는, 걸을수록 다르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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