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대왕 카스테라를 찾아 대만 단수이까지 간 이유

시작하며

예전 한국에서 줄 서서 사 먹던 대만 카스테라를 기억하는가.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춰 찾아볼 수 없지만, 그 시절의 촉촉한 맛을 잊지 못해 대만 한달살기 중 단수이를 찾았다.

단수이는 타이베이에서 MRT를 타고 갈 수 있는 항구 마을로, 먹거리와 경치가 어우러지는 곳이다. 이번 여행은 그곳에서 진짜 대왕 카스테라를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1. 흐린 날씨 속 첫 방문의 실패

📌 첫날 상황 정리

• 날씨: 흐림과 비
• 기온: 쌀쌀한 정도
• 결과: 촬영 실패, 먹방 실패

첫날 단수이를 찾았을 때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고,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들고 다니면서 카메라까지 챙기는 건 쉽지 않았다. 분위기도 침침했고, 거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 썰렁한 느낌이었다.

결국 이날은 제대로 먹지도, 찍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여행지의 분위기는 날씨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다시 실감하게 됐다.

 

2. 날씨가 바뀌니 분위기도 달라졌다

📌 두 번째 방문 요약

• 날씨: 맑음
• 기온: 따뜻하고 상쾌함
• 거리 분위기: 활기참, 관광객 많음

3일 뒤 다시 단수이를 찾았을 때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맑은 하늘, 따사로운 햇빛,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 단체 관광객과 수학여행생들까지 몰려오면서 활기가 넘쳤다.

이번엔 카메라도 들 수 있었고, 거리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같은 장소라도 날씨에 따라 체감이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직접 경험했다.

 

3. 네 곳의 대만 카스테라 가게 비교

단수이 거리에는 여러 곳의 대왕 카스테라 가게가 밀집해 있다. 우리가 방문한 곳만 해도 총 네 군데. 각 가게마다 특징이 있었고, 하나하나 비교해보며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 ① 물결무늬 빵집: 겉면에 물결처럼 구워진 무늬가 특징이고, 구운 지 얼마 안 된 따뜻한 빵을 제공한다.
• ② 현지 원조라 불리는 곳: 진짜 원조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가장 오래된 느낌을 주며 고소함이 진했다.
• ③ 다양한 종류가 있는 곳: 초콜릿, 타로, 커피넛츠, 더블치즈 등 맛이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었다.
• ④ 맞은편 본점 느낌의 매장: 6년 전 한국에서 유행하던 당시 기억을 되살리게 해주는 친숙한 맛이었다.

가게 간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진짜 중요한 건 갓 구워 따뜻한 상태의 빵이라는 사실. 무엇을 고르든 ‘막 나온 빵’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4. 우유 한 병과 함께한 본격 먹방

카스테라 한 덩이를 사고, 인근 슈퍼에서 우유를 하나 샀다. 먹을 자리를 찾아 단수이 강가 쪽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따사로운 햇살과 강바람을 맞으며 먹는 카스테라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촉촉한 식감, 기름기 있는 부드러움, 적당한 단맛.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큰 크기까지. 둘이서 먹기에도 충분한 양이었고, 한 조각 먹을 때마다 점점 배가 불러오는 느낌이었다.

✔ 먹으면서 느낀 포인트

•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
• 식용유가 많이 들어간 듯한 진한 고소함
• 큰 크기로 인해 배가 쉽게 부름
• 우유와 함께 먹을 때 가장 조화로움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남은 조각을 봉지에 담아 들고 다녀야 했다. 거리에서 먹기에도 괜찮았고,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도 창피함보다는 ‘여행 온 기분’이 더 크게 다가왔다.

 

5. 영화 배경지, 기대와 현실 사이

식사를 마치고 근처 관광지 중 하나인 홍마호칭을 찾았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배경지로 유명한 장소다. 하지만 입장료가 있어 안으로 들어가진 않고, 바깥에서 가볍게 구경만 하고 지나쳤다.

진리대학교와 담강고등학교도 방문하려 했지만, 언덕이 너무 심해 체력적으로 무리가 느껴져 결국 포기했다. 거리감도 있고, 오르막길은 여행자에게 꽤나 부담스러운 요소였다.

📝 관광지 방문 정리

• 홍마호칭: 외관만 보고 통과
• 진리대학교: 언덕 경사로 인해 포기
• 담강고등학교: 같은 이유로 생략

기대한 것에 비해 많은 걸 보진 못했지만, 강 주변 산책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6. 페리 타고 파리(八里)로 짧은 이동

단수이에서 페리를 타고 강 건너편 파리(팔리) 지역으로 이동했다. 배를 타고 잠깐 건너가는 이 경험은 색다른 느낌을 줬다. 비용은 34원 정도였고, 대기 시간도 짧아 부담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파리에 도착하니 하늘이 흐려졌고,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추워서 콧구멍으로 바람이 세차게 들어오는 느낌이었고, 긴팔을 입고 있어도 꽤 춥게 느껴질 정도였다.

🚤 파리 방문 요약

항목	내용
이동수단	단수이 → 파리 (페리 이용)
소요시간	약 10분
비용	34원
기후	흐리고 강풍

파리에서는 유명한 오징어튀김 가게 앞에서 군것질도 했는데, 느끼한 마요네즈와 함께한 튀김이 생각보다 훌륭했다. 기름진 카스테라를 먹은 직후라 조금 과했지만, 여행 중 먹는 간식은 이상하게 더 맛있다.

 

7. 단수이 강가에서의 짧은 휴식

다시 단수이로 돌아오는 길, 배에서 내리자마자 추위에 손끝이 얼얼할 정도였다. 따뜻한 무언가가 간절해져 근처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창가에 앉아 강변을 바라보며 마시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몸도 마음도 녹여주는 느낌이었다.

그 자리에서 아까 남겨둔 대만 카스테라 조각을 꺼내 함께 먹었다. 이 조합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은 몰랐다. 고소하고 기름진 빵이 따뜻한 커피와 만나면서, 이상할 정도로 균형이 맞아떨어졌다.

이 순간만큼은 더 이상 관광지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었다. 한 자리에서 여유롭게 앉아 따뜻한 음료와 음식을 곁들이며 흐르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 카페에서 느낀 점

• 강변 뷰는 단수이 스타벅스의 하이라이트
• 커피와 카스테라의 조화는 의외로 좋았음
• 식사 대신 이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배부름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닌, 여행 중 가장 편안했던 시간이었다. 눈 앞에 펼쳐진 강의 풍경, 포근한 햇살, 잔잔한 음악. 이 세 가지가 더해지며 평범한 한 끼가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보다 더 인상 깊었다.

 

8. 대만 카스테라,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서

단수이에서의 이 하루는 카스테라를 중심으로 흘러갔다. 평범한 간식으로 생각했던 빵 한 덩이가 하루 일정을 결정했고, 그 하루가 고스란히 여행의 중심이 되었다.

한 조각의 빵이 이토록 많은 여운을 남길 줄 몰랐다. 여행은 멀리 가는 것보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여행은 그 점을 확실하게 증명해주는 경험이었다.

✔ 단수이 카스테라 요약 평가

항목	평가
맛	★★★★☆
양	★★★★★
가격	★★★☆☆
재방문 의사	있음
추천 방식	갓 구운 제품 중심으로 선택할 것

단순한 빵집 체험처럼 시작된 여정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이 하루가 단수이에서의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된 듯하다. 뭔가를 꼭 많이 보거나 유명한 곳만 가야 여행이 아니라는 걸 다시 느끼게 됐다.

 

마치며

대만 단수이에서 만난 대왕 카스테라는 단순히 먹거리를 넘는 감정의 연결고리였다. 과거 한국에서 유행했던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고,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고유한 여행 감성이 더해졌다.

첫날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에 둘째 날의 햇살과 분위기가 더 또렷하게 다가왔고, 갓 구운 따뜻한 빵이 주는 만족감은 입안에 머무는 맛 이상으로 오래 남았다. 빵을 먹고 강가를 걸으며 느꼈던 단수이의 바람, 페리를 타고 짧게 이동하며 본 풍경, 추위에 떨다 들어간 스타벅스의 따뜻함까지. 어느 하나 사소한 기억이 없었다.

사람이 많고 정신없을 수 있지만, 그 안에서도 나만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여행의 묘미다. 단수이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대만 카스테라라는 하나의 테마로 시작해, 작은 사건들과 감정이 겹겹이 쌓인 기억으로 완성되었다.

언젠가 다시 이 길을 걷게 된다면, 또다시 같은 카스테라를 사 들고, 이번엔 조금 더 천천히 단수이를 돌아보고 싶다. 하루를 채운 그 빵 한 덩이처럼, 또 하나의 작은 여행이 될 것이다.

 

📍 여행에 등장한 장소 구글 지도 링크

• 단수이역: https://www.google.com/maps/search/?api=1&query=Tamsui%20/%20%E6%B7%A1%E6%B0%B4
• 대왕카스테라 가게 (緣味古早味現烤蛋糕): https://www.google.com/maps/search/?api=1&query=%E7%B7%A3%E5%91%B3%E5%8F%A4%E6%97%A9%E5%91%B3%E7%8F%BE%E7%83%A4%E8%9B%8B%E7%B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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