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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조용한 섬, 북한에서 가장 가까운 볼음도에서 보낸 민박 하루

by soso story 2025. 3. 29.

시작하며

도시의 복잡함을 잠시 잊고 싶을 때, 사람은 자연을 향한다. 북적이지 않고, 적막함이 있는 섬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번에 내가 다녀온 곳은 인천 강화군 북단에 있는 작은 섬, 볼음도였다.

이곳은 황해도와의 직선 거리가 불과 5.5km밖에 되지 않는 위치에 있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 땅 중 하나라는 사실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겼고, 실제로 섬의 풍경은 상상과는 꽤 달랐다.

인터넷에 후기가 거의 없는 민박에 예약을 넣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섬에 들어갔다. 이 글은 그곳에서의 1박 2일 체류기를 기록한 것이다.

1. 볼음도로 들어가는 방법

서울에서 출발해 볼음도까지 가는 여정은 단순하지만 시간은 제법 걸린다. 직행은 없고, 버스와 배를 갈아타야 도착할 수 있다.

  • 서울 → 강화군 선수 선착장: 시내버스로 약 2시간 30분 소요
  • 선수 선착장 → 볼음도: 배로 약 1시간, 요금 7,300원(2025년 기준)
  • 승선 시 필요한 준비물: 신분증, 숙박지 정보(승선신고서 작성 필요)

배는 크지 않지만 실내에 장판이 깔려 있어 눕거나 앉기에 불편하지 않았다. 에어컨도 작동 중이었고, 갈매기가 따라오는 창밖 풍경은 의외로 인상적이었다.

2. 민박집 첫 인상과 실내 분위기

선착장에서 민박집까지는 도보로 약 20분 정도였다. 섬 초입에는 군사지역을 알리는 경고 표지판도 보였고, 한적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마을이 나타났다.

예약해둔 민박은 전형적인 시골집 스타일이었다. 마당은 넓고, 마루가 있는 단층 건물이었다. 내부는 간소했지만 깔끔했고, 와이파이와 냉장고,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었다.

  • 숙박요금: 1인 60,000원
  • 시설: 에어컨, 냉장고, 와이파이, 단독 화장실
  • 장점: 조용하고 청결함, 벌레나 냄새 없음

할머니가 운영하는 숙소였고, 내부는 기대 이상으로 정돈되어 있었다. 방음은 잘 되지 않았지만 워낙 주변이 고요해서 신경 쓰일 일이 없었다.

 

3. 식사와 장보기: 예상 밖의 즐거움

섬에는 편의점이 없지만, 농협 마트와 몇 군데 식당이 존재한다. 물가가 도심보다 높긴 하지만, 도서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 가능한 수준이다.

  • 첫 끼: 컵라면과 차(매점에서 구입, 총 4,000원)
  • 저녁: 소라비빔밥(15,000원) + 조개탕(17,000원) + 콜라(2,000원)

식당은 평일에는 문을 닫을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내가 갔을 때는 식당 사장님이 조개를 잡아온 직후여서 즉석 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

조개탕은 국물이 시원하고 양도 많았고, 비빔밥은 신선한 소라가 푸짐하게 올라가 있었다.

 

4. 섬 안에서 만난 풍경과 특별한 장소

볼음도의 중심에는 수령 8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섬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숙소에서 은행나무까지는 약 40분 정도 걸렸고, 길은 대부분 평지여서 어렵지 않았다. 걷는 동안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아, 마치 나만의 산책로처럼 느껴졌다.

은행나무 앞에 서니 그 웅장한 크기와 오랜 세월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오래된 것에서만 나오는 묵직한 분위기였다.

은행나무 근처에는 북한 방향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고, 망원경을 통해 흐릿하게나마 북녘 땅이 보였다.

날씨가 흐리면 시야가 가려질 수 있으니 맑은 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흙길이고 경사가 있으니 신발 선택도 중요하다.

 

5. 저녁 풍경과 밤의 조용한 시간

해가 지고 나서 숙소 평상에 앉아 과자와 맥주를 꺼냈다. 조명이 거의 없어 어둠이 금방 찾아왔지만, 그 대신 고요함이 섬 전체를 감쌌다.

도시에서 듣던 소리들이 모두 사라지고, 벌레 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렸다. 그런 조용함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오히려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밤에는 벌레가 많았고, 핸드폰 불빛에 벌레가 몰려드는 바람에 방 안 조명 사용에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그래도 숙소에 와이파이가 잘 작동되어 유튜브나 음악을 틀어놓고 쉬기에는 충분했다.

 

마치며

볼음도는 생각보다 더 조용하고, 더 여유로운 곳이었다. 북한과 가까운 위치라는 점이 다소 긴장을 주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군인이 섬을 지키고 있어 오히려 안전하게 느껴졌다.

관광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오는 느긋함이 있었고, 상업적인 요소가 적은 덕분에 진짜 '쉼'을 경험할 수 있었다.

숙소도 음식도 화려하진 않았지만, 그 소박함이 이번 여행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이 섬을 다녀온 이후로 나는 종종 그날 밤의 조용한 바람을 떠올린다.

도심 속에서 느끼기 어려운 고요함과 여유를 찾고 싶다면, 볼음도에서의 하루는 분명 좋은 기억이 될 것이다.

 

 

 

 

#볼음도여행

#섬숙소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