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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사람 없는 일본 온천 마을 체험기: 아오키촌 다자와 온천 숙소 후기

by soso story 2025. 4. 7.

시작하며

일본 나가노현의 시골 마을인 아오키촌에는 번잡한 도심과는 거리가 먼, 아주 조용한 온천 지역이 있다. 바로 다자와 온천이다. 이번에는 전통이 깊은 여관인 마스야 료칸에서 숙박하며, 이 마을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천연 온천의 매력을 함께 경험해보았다.

아오키촌은 해발 3,000m급의 산들로 둘러싸인 나가노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자연경관이 뛰어나며, 관광객의 발길이 드문 편이라 한적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이번 여정에서는 온천뿐 아니라 오래된 거리인 운노주쿠와 절벽 위에 위치한 사찰인 누노비키 관음도 함께 들러볼 수 있었다.

 

1. 1,300년 역사의 다자와 온천

다자와 온천은 오래전부터 현지인들 사이에서 알려진 온천 마을로, 1,300년 이상 이어져 온 역사를 자랑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온천수의 질이 좋아 건강 목적의 입욕지로도 인기가 있다. 시골 마을 특유의 아늑한 정서가 살아 있고, 여행객이 많지 않아 한적함 속에서 온천욕을 즐기기 적합한 환경이다.

마을 곳곳은 옛 일본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눈이 쌓이는 계절에는 복고풍의 건물들이 더욱 운치 있게 느껴진다. 복잡함이 전혀 없는 마을이기에, 몸과 마음 모두 편안해지는 시간이었다.

 

2. 유형 문화재 여관, 마스야 료칸

마스야 료칸은 150년 이상 된 전통 여관으로, 일본 정부로부터 등록 유형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전통 목조 건물로 지어진 이 여관은 외관은 물론 내부까지 모두 시간이 멈춘 듯한 고풍스러운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무 냄새가 가득하고, 오래된 복도와 좁은 계단은 이 건물이 살아있는 역사임을 느끼게 한다. 건물은 2층, 3층 구조이며 각 층에 객실이 배치되어 있다. 복도를 따라가다 보면 대욕장과 노천탕이 있는 곳으로 연결된다.

현지에서 오랜 세월을 지켜온 만큼, 손님을 대하는 태도 또한 정중하고 차분했다. 여관 그 자체가 마을의 유산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3. 후지무라의 사이, 특별실의 매력

이번에 머문 방은 ‘후지무라의 사이’라는 특별실로, 과거 일본 문인이 실제로 머물렀던 곳이라고 한다. 이 방은 건물의 모서리에 있어 채광이 좋고, 창문을 통해 마을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구조다. 욕실 옆의 세면대에서도 바깥 풍경이 보이는 점이 인상 깊었다.

방 안에는 에도 시대부터 사용된 전통 가구들이 놓여 있었고, 나무 특유의 오래된 향이 공간 전체에 은은하게 퍼졌다. 기울어진 바닥과 낮은 천장도 오히려 이 방만의 정서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었다.

이 료칸은 ‘일본 문화재 유산을 지키는 모임’의 회원 여관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단순한 숙박을 넘어 문화적 가치가 깊은 공간이었다. 직접 이곳을 관리하는 주인도 이러한 배경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손님들에게 그 의미를 전해주려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4. 전통 온천욕의 진가

마스야 료칸의 온천은 모두 천연 온천수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질은 단순 유황천이다. 대욕장과 노천탕 모두 약 40도의 미지근한 온도로 유지되어 장시간 입욕에 적합했다. 특히 조용한 저녁이나 이른 아침에 노천탕에 몸을 담그면 자연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노천탕은 나무와 돌로 둘러싸인 구조로, 소나무 향과 물소리가 어우러진 정적인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숙박객이 적은 덕분에 온천을 혼자서 이용할 수 있었던 점도 만족스러웠다.

온천욕 후에는 로비 옆의 쉼터에서 지역 전통 음료를 즐길 수 있었다. 따뜻한 물로 몸이 풀리고 난 뒤에 마시는 음료 한 잔은 여행 중 가장 여유로운 순간 중 하나였다.

 

5. 복고풍 마을 산책

온천욕을 마친 뒤에는 료칸 주변을 천천히 걸어보았다. 마을 전체가 마치 옛 일본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였고, 어디를 걸어도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누노비키 관음이었다. 절벽 위에 자리하고 있어 눈길을 조심조심 걸어 올라가야 했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전망이 기다리고 있었다. 경내에는 황금빛 불상과 고요한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이후에는 운노주쿠 거리도 걸어보았다. 이곳은 에도 시대 북국 가도의 옛 숙소 거리로, 400년 이상 이어져 온 마을이다. 현재도 주민들이 실제 거주하고 있어, 생활과 전통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점심시간 무렵, 조그만 식당에서 900엔 정도의 텐동을 맛볼 수 있었고, 길거리에서는 나가노 지역 명물인 오야키도 볼 수 있었다.

 

6. 가이세키와 아침식사의 기억

저녁식사는 정통 가이세키 요리로 준비되었고, 식전주로 제공된 ‘후지무라의 탁함’이 첫 잔으로 나왔다. 메인 요리는 뼈째 조리된 잉어 요리였고, 비늘과 껍질까지 모두 먹을 수 있게끔 정성스럽게 손질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고소한 맛이 인상 깊었다.

또한, 나가노 지역의 독특한 식문화 중 하나인 곤충 요리도 제공되었다. 꿀벌 유충이나 메뚜기를 조린 음식은 보기에는 낯설었지만, 달짝지근하게 맛을 내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디저트는 와라비떡과 초콜릿 브라우니, 딸기 콩포트, 판나코타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고,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식사 전체가 계절감을 살려 구성되어 있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아침 식사는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정갈했다. 은어 치어를 졸인 반찬, 된장국, 고구마칩, 계절 채소로 구성되어 있었고, 남는 반찬은 포장해도 된다고 안내받았다. 작은 배려까지 느껴지는 식사였다.

 

7. 오래된 공간이 전하는 여운

체크아웃을 준비하던 아침, 여관 주인과 짧은 인사를 나눴다. 그는 이 여관이 유형 문화재로 등록되기까지의 이야기와, 전통 건물을 유지하면서 운영하는 어려움에 대해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기울어진 복도, 조금 차가운 실내, 삐걱거리는 문—all 이 공간을 완성하는 요소였다. 현대식 편의 시설은 부족할지 몰라도, 그 자체로 하나의 시간 속 체험처럼 느껴졌다.

마스야 료칸에서의 하룻밤은 단순한 숙박이 아니라, 머무는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경험이었다. 복고풍의 마을, 조용한 온천, 정성스러운 식사, 그리고 환대가 어우러진 이곳은 기억에 오래 남을 장소가 되었다.

 

마치며

아오키촌 다자와 온천은 소박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찾는 이들에게 이상적인 장소다. 관광객이 몰려드는 유명 온천과 달리, 이곳은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사람에게 진정한 쉼을 제공한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천연 온천에 몸을 담그고, 오래된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역사 속 공간을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이었다. 다음에 다시 일본 시골 온천을 찾게 된다면, 마스야 료칸처럼 시간의 결이 느껴지는 장소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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